쿠소월드

보플은 어디서 왔나 — 먼지에서 태어난 녀석

2026-07-26

보플은 청소를 오래 하지 않은 방 구석에서 태어났습니다. 정확히는 더 이상 아무도 켜지 않는 게임기 뒤쪽, 전선과 먼지가 엉켜 뭉쳐 있던 자리입니다.

망한 게임들의 잔해에서

쿠소월드는 "쿠소게(망한 게임)"를 모아놓은 놀이터입니다. 완성도를 겨루는 곳이 아니라, 어딘가 이상하고 조금 허술한 게임들이 모여 있는 구석입니다.

보플은 그 구석의 산물입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게임들이 쌓여 먼지가 되고, 그 먼지가 어느 날 눈을 떴습니다. 그래서 보플에게는 목적이 없습니다. 세상을 구하러 나온 것도 아니고 누구를 이기려는 것도 아닙니다.

유일한 적은 청소기

보플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청소기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먼지뭉치니까요.

청소기는 보플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 일을 할 뿐입니다. 그게 더 무섭습니다. 협상할 수도 없고 설득할 수도 없는 상대라서요.

그래서 보플의 기본 표정은 겁에 질린 얼굴이 아니라 체념한 얼굴입니다. 눈이 가로로 눌려 있는 건 그래서입니다. 위험이 코앞에 오면 그제야 눈이 동그래집니다.

왜 매번 다른 게임에 끌려나오나

보플은 스스로 게임에 출연하지 않습니다. 매번 어딘가로 끌려나옵니다.

기둥 사이를 날아야 하는 날도 있고, 다른 날에는 또 다른 이상한 상황에 놓입니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보플은 늘 도망치는 쪽이고, 한 번도 이겨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고 기록을 세워도 결국 마지막에는 바닥으로 빨려 내려갑니다.

이게 쿠소월드의 규칙입니다. 여기서 보플은 승리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오래 버텼는지만 남습니다.

생김새에 대해

보플은 도형 몇 개로 그릴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둥근 몸, 삐죽삐죽한 털 여섯 가닥, 눈 두 개, 볼의 분홍색. 이게 전부입니다.

복잡하게 만들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실루엣만으로 알아볼 수 있어야 어디에 놓아도 보플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작게 줄여도, 색을 빼도, 대충 그려도 알아볼 수 있는 것 — 그게 이 캐릭터의 유일한 조건이었습니다.

털이 좌우로 비대칭인 것도 의도된 부분입니다. 완벽하게 정리된 먼지뭉치는 먼지뭉치가 아니니까요.